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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빵·소금으로 존경 표시… 인간 영혼의 위대함 보여주는 환대문화

글쓴이 : HK담당자

등록일 : 2021-04-18 12:00:46

조회수 : 1,7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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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반도를 향한 한 걸음…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③ 유라시아 역사문화 탐방 - 러시아인의 환대문화(5)

러시아와 동유럽을 구성하는 민족들을 슬라브족이라고 부른다.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벨라루스인은 동슬라브족에 해당하며, 폴란드인과 체코인, 슬로바키아인은 서슬라브족,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슬로베니아인, 마케도니아인은 남슬라브족으로 나뉜다. 예로부터 슬라브족을 특징짓는 징표 중 하나가 환대 문화다. 러시아인의 환대는 물질적 관대함뿐만 아니라 인간 영혼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공동기획

한국외국어대학교 HK+ 국가전략사업단

디지털타임스

환대의 기본은 손님을 맞이해서 상을 차리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상다리가 휘어진다\'라는 우리의 속담처럼 러시아에서 \'상차림이 산(山)같다\'라는 말이 있다, 인심이 후한 주인은 손님에게 최고로 좋고 맛난 음식을 내줄 뿐 아니라 마지막 남은 것까지 아낌없이 나눠주려고 한다. 손님을 집안으로 들여 숙식을 제공하고, 심지어 먼 길을 떠날 때도 이것저것 챙겨주는 행동은 러시아인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환대 문화는 소설에서도 잘 나타난다.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가난한 구두 수선공이 길에서 만난 이웃을 집으로 데려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주인공 세묜은 어느 날 밀린 수금을 받으러 갔다가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알몸으로 있던 이웃을 발견하고 자신의 겉옷을 벗어준다. 남편이 수금을 못 한 것도 모자라 낯선 남자까지 데려오자 아내 마트료나는 불만을 터트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이웃을 가엾이 여기고 식사를 차려주고 옷을 내주고 잠자리를 제공한다. 톨스토이의 단편은 러시아인이 손님을 대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음식은 환대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이다. 빵과 소금은 오랫동안 러시아어에서 합성어로 사용되어오면서 속담에도 반영되었다. \'소금 없이는 맛이 있을 수 없고 빵 없이는 만족스러울 수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빵과 소금은 러시아인의 일상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했다. 러시아에서는 빵과 소금으로 인사를 하고 존경을 표했다. 러시아인은 집을 짓거나 집들이를 할 때 빵과 소금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으며, 결혼하는 젊은이들을 축복하거나 악귀를 몰아낼 때도 사용했다.

\'빵과 소금\'이라는 표현은 처음에는 단순히 먹거리와 음식을 뜻했지만, 나중에는 \'환대\'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빵과 소금의 결합은 우연이 아니었다. 향긋한 호밀 빵은 부유함과 풍족함을 상징했고, 당시만 하더라도 희귀한 양념이었던 소금은 악령으로부터 보호하는 능력으로 인정받았다. 소금은 러시아에 가장 먼저 들어온 양념 중 하나였고, 설탕보다도 그 역사가 깊었다. 13세기 이전까지 러시아 영토에서는 소금이 전혀 생산되지 않았다. 키예프 루시는 바다에서 먼 내륙지역에 있는 탓에 멀리 발트해에서 소금을 수입해왔고, 후에는 우랄에서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공수해 왔다. 이마저도 해수에서 얻은 소금이 아닌 동굴이나 광산에서 채취한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소금은 귀하고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러시아에서는 잔치에 초대할 때 \'빵과 소금을 드시러 오세요\'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손님맞이에 있어 빵과 소금은 물질적인 대접만이 아닌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흘렙(빵)\'과 \'솔리(소금)\'의 합성어로부터 \'흘레보솔리스트보(환대)\'라는 말이 만들어졌고, 이것은 오늘날 러시아의 중요한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에서는 어느 집이건 손님은 무조건 환대를 받았다. 손님이 오면 다들 몸을 낮춰 인사를 하고 조심스레 그 주위로 모여들었다. 식탁에는 최고의 음식들이 제공되었다. 손님이 오기로 예정되어 있다면, 도착하기 며칠 전부터 맞이할 준비가 시작된다. 러시아에서는 빵과 소금을 들고 문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전통이 있었다. 여주인은 자수를 놓은 수건 위에 직접 구운 빵을 올리고 문 앞으로 가져가 손님을 반겼다. 가장자리에 수를 놓은 흰색의 아마포를 빵 받침으로 사용했는데, 이것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집으로 안내하는 것을 의미했다. 빵과 소금으로 맞이하는 것은 평화와 선(善)을 기원하고 신의 자비를 구하는 것이었다. 빵과 소금은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었고, 특히 소금은 일종의 부적이었다.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한 후에는 집안으로 들여 상석에 앉혔다. 러시아에서 상석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형상을 그린 이콘화가 있는 곳을 말한다. 흔히 이곳을 \'붉은 구석(red corner)\'이라고 일컫는다. \'붉다\'라는 말은 색깔이 아닌 \'아름답다\' 또는 \'성스럽다\'라는 가치의 의미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역시 바로 이와 같은 뜻에서 파생했다. \'집은 구석으로 아름다운 게 아니라 파이(pie)로 아름답다\'라는 러시아속담이 있다. 농가의 구석을 비싸고 귀중한 물건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러시아의 전통에서 비롯된 이 말은 \'집주인은 부(富)가 아니라 환대로 평가를 받는다\'라는 뜻이다. 붉은 구석은 통상 난로의 왼쪽에 있게 마련이었고, 평소에는 집주인이 앉지만 결혼 잔치가 열릴 때에는 신혼부부가 앉았다. 손님이 올 예정이라면 당연히 이 장소는 손님을 위해 비워 놓아야 했다. 슬라브 민족들 사이에서도 러시아어에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붉다\'라는 말의 상징성이 손님맞이에도 적용되어 집주인은 손님을 위한 \'붉은 자리(red place)\'를 마련해야 했다.

전통에 따라 가장이 모든 사람에게 소금과 빵 한 조각을 나눠주는 것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고대하던 손님이 왔을 경우, 주인은 식탁 머리에 놓인 특별한 접시에서 음식을 덜어 손님에게 놓아주었다. 이는 손님에게 특별한 관심과 존경을 표하는 행동이었다.

손님이 자고 갈 때도 집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내주었다. 특별한 천으로 덮은 폭이 넓고 육중하고 긴 의자가 바로 그것이다. 벽을 따라 길게 세워져 있는 이 의자는 평소에는 좌석용이지만 밤에는 침대용으로 사용되었다. 특별한 손님에게는 페치카 위의 널찍한 장소가 제공됐다. 러시아 소설을 읽다 보면 한밤중에 페치카 위에 올라가 눕는 장면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페치카, 즉 러시아의 벽난로는 우리의 온돌과도 같은 효과가 있다. 벽에서 살짝 앞으로 돌출해있는 페치카의 구조상 위에 올라가 앉거나 누울 수가 있다. 한밤중이나 새벽녘이 되면 페치카 위의 침상은 적당한 온기를 품은 공간이 되어 몸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 집안에서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인 이곳은 평소 노인과 아이들을 위한 잠자리 공간이지만 손님이 오면 마땅히 양보해야 했다.

또한 손님을 배웅하는 데도 나름의 전통이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길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술 한잔을 마시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잠시 앉아있는 관례가 있다. 집주인은 손님에게 길에서 먹을 음식을 챙겨주고 순조로운 여행이 되길 기원했다. 옛날에는 제대로된 길도 없던 시절이라 먼 길을 떠나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떠나는 손님 뒤로 \'길이 식탁보처럼 펼쳐지길\'이라는 축복의 말을 건넸다. 이는 식탁보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길이 그의 앞에 펼쳐지기를 바라는 염원이었다.

매일의 식사는 희생제물을 앞에 놓고 전능자를 향해 호소하는, 즉 일종의 신과의 대화였다. 경건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면 음식은 성화(聖化)된다. 목축업자에게는 가축의 고기가, 농부에게는 농산물이 신성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슬라브인에게는 빵과 소금이 신성하게 여겨졌다, 빵과 소금이 함께 하면 풍성한 음식, 환대, 진심을 상징했다. \'빵이 없으면 죽음, 소금이 없으면 음식도 아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빵과 소금은 이들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손님을 빵과 소금이 준비된 식탁에 앉히지 않는 건 상대방의 초대를 거절하는 것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빵과 소금은 왕도 거절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환대를 표현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상호 간의 우정과 신뢰를 보장하는 행동이었다. 빵과 소금을 맛본 사람은 그것을 대접한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없었다. 배은망덕한 사람에게 가하는 가장 큰 비난이 \'당신은 내 빵과 소금을 잊으셨군요\'라는 말이었다.

또한 빵과 소금이 없는 잔치와 결혼식은 있을 수 없었다. 소금 종지를 중앙에 올려놓은 둥근 빵은 행복과 부, 충만함을 기원하고 결혼으로 신분이 바뀌는 신랑과 신부를 악한 세력과 그 영향으로부터 보호했다. 러시아인은 \'빵과 소금\'이라는 말만 해도 악령을 쫓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빵과 소금\'은 그 자체로 신성한 말이었고, 식사 중인 사람을 만나거나 식사를 마무리할 때도 사용했다. 그러므로 \'빵과 소금\'은 오늘날 \'식사를 맛있게 하세요\'라는 말에 상응하는 것이었다.

기독교 전통에서 빵은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는 동시에 신의 선물을 뜻한다. 신은 인간에게 빵 조각을 나눠주고, 인간은 자신에게 할당된 몫인 운명, 행복을 받아들인다. 전통문화에서 빵은 축복이자 맹세의 의미였다. 러시아인은 식탁에서 빵이 사라지지 않고 빵부스러기를 쓸어버리지 않는다면, 그 집은 풍요롭고 복이 가득할 것이라 믿었다. 그들은 빵부스러기도 그냥 버리지 않고 손바닥으로 쓸어모아 난로에 태우거나 새들에게 먹이로 주었다. 성상(聖像) 아래 놓인 둥근 빵 한 덩어리는 신과 인간을 하나로 맺어주는 상징이었으며, 이 빵이 집안에 신의 은총을 가져다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17세기 러시아의 큰 수도원들은 군주를 축복하며 왕실의 연회에 참회 청문승(懺悔聽聞僧)의 빵인 검은 호밀 빵을 보냈다. 이 빵은 차르의 식탁 맨 앞에 놓였다. 또한 식사를 시작할 때 궁정 고관들은 커다랗고 긴 빵을 차르에게 가져와 식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나눠주었다. 빵을 받아들인 후 차르를 배신한 사람은 신에 의해 버림받고 저주받은 자로 간주되었다.

소금은 충실함과 우정, 불변의 상징이었으며 불행과 다툼이 있는 곳에 치유와 화해의 의미로 뿌려졌다. 식탁에서 다른 사람에게 소금을 건넬 때에는 크게 웃어야 다시는 다툼이 일어나지 않았다. 웃음은 악령으로부터 이들의 관계를 보호해주었다. 웃음은 인간이 살아있다는 표시, 살아있을 뿐 아니라 활기차고 힘과 에너지로 가득하다는 것을 뜻하므로 악령이 설 자리가 없었다. 또한 불화를 피하는 의미에서 왼쪽 어깨 너머로 소금을 뿌리고 침을 뱉었다. 이때 \'그(악한 자)들끼리 싸우게 하시고 그리스도는 우리와 함께하시길!\'이라는 말로 적대적인 세력을 몰아냈다. 소금은 \'불길한 눈\'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부적처럼 일상생활뿐 아니라 개인과 사회에 중요한 의식이 있을 때마다 어둠 세계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했다.

이렇듯 소금은 러시아의 강한 기독교 전통과도 연결된다. 러시아에서 소금과 관련한 사람들의 행위는 예수와 최후의 만찬으로부터 유래한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는 그릇에 손을 넣는 자가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때 마침 가룟 유다가 손을 넣었다. 그릇에 손을 넣는 유다의 행위는 러시아인들에게 배반의 상징으로 간주되어 소금 그릇에 빵을 담그는 행위가 금지되었다.

소금 그릇에서 소금을 집는 것 역시 유다의 이미지와 연관되는 것이라 금기시했다. 손가락이나 칼, 칼자루로 소금 그릇에서 소금을 집는 사람은 집안의 은밀한 적이자 자살한 유다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러시아 식탁에서는 절대로 소금 그릇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 않는다. 소금 그릇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멀리 앉은 사람이 집어갈 수 있도록 근처에 옮겨 놓아줄 뿐이다. 전설에 따르면 유다의 배신으로 인해 빵을 소금 그릇에 찍어 먹을 수 없던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하고 난 후 승천할 때까지 지상에 머무르면서 소금을 식탁에 뿌려놓은 집에만 들어갔다고 한다. 이는 옛 러시아 집주인들이 식사와 식탁보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의 기원이 되었다.

빵과 소금은 식용으로 사용되는 것 이외에도 집을 보호하고 행복을 가져다주며 친근한 감정과 신뢰를 드러내었다. 작은 조각과 부스러기일지라도 빵과 소금은 소중히 여기고 높이 받들었다. 고대 슬라브인의 가정에서는 집에 빵과 소금이 많이 있으면 부유하다고 여겼다. 집안의 부유함을 나타내는 빵과 소금을 보여주는 것은 타인과 이 부를 나눌 준비가 되어있다는 증명이었다. \'빵과 소금\'이 존재하는 집은 배부르고 따뜻할 것이며, 당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오늘날 각국의 정상이나 귀빈들이 러시아를 방문하면 전통의상 차림의 사람들이 소금 종지가 올려진 커다랗고 둥근 빵을 들고나와 맞이한다. 자수가 놓인 하얀 천에 화려하게 장식된 빵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한 정성스러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들의 열렬한 환대에 감사하기 위해서는 빵을 약간 뜯어내어 종지에 든 소금에 찍어 먹어야 한다. 이로써 서로 마음을 열고 신뢰와 우호 관계를 쌓겠다는 약속이 맺어지는 것이다. 러시아의 전통으로서 \'빵과 소금\'의 환대 문화는 볼거리뿐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러시아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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