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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타임스][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한번도 경험못한 세계 주도권… 경제협력으로 그 꿈을 그리다

글쓴이 : HK담당자

등록일 : 2021-03-03 12:00:20

조회수 : 1,6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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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s8TGNWvfv0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부여한 이러한 역할이 과연 \'적합하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열띤 논쟁이 뒤따랐고, 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동시에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역할의 변화는 정책의 확장 및 지향점의 변화를 가져왔다. 김대중 정부가 주창하였던 \'철의 실크로드\'는 확대 변용되어,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3대 신실크로드\',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신북방정책\'이 주창되었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와 정책들은 우리의 시선과 발걸음이 이 땅 한반도를 벗어나 명백히 세계를 향하게 되었음을 보여주지만, 상기한 바와 같이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며 적합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함께 존재한다. 비유하자면,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가 되었으니 새 옷을 사 입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어떤 옷을 사 입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 하지 않는 그런 상황? 혹은 새 옷을 사 입었지만, 아직은 그 옷이 어딘가 어색하며 무언가 몸에 딱 맞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이러한 의견의 불일치와 어색함의 이유는 우리가 한 번도 그런 옷을 입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인가?

2012년 출간되어 전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와 로빈슨(James A. Robinson)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 불평등의 기원에 대한 매우 치밀한 고찰의 결과이다. 이 책에서 제기된 저자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오늘날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라는 화두 자체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두 저자는 역사 속에 존재하는 국가들의 성패에 관한 기존의 가설들을 모두 부인하면서 국가 성패의 결정적 요인은 \'정치제도\'라는 새로운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실례로서 대한민국과 북한을 들었던 까닭에 우리나라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오늘날 서구가 \'문명의 표준\'임을 자임하면서 세계의 중심으로 작동하게 된 것은 기나긴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그리 얼마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서구 중심적 세상, 즉 소위 서구적 표준(Western Standard)이 통용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항해시대와 종교전쟁, 민족국가의 탄생, 프랑스혁명, 나폴레옹전쟁과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는 길항과 투쟁의 역사 속에서 여러 번의 \'결정적 분기점(critical juncture)\'을 거치게 되면서 그들이 장착하게 된 \'포용적 정치제도(inclusive political institutions)\'는 운명의 수레바퀴로 하여금 세계를 서구 편향적 세상으로 향하게 만들었고 우리는 지금 그 속에 살고 있다.

두 저자는 우리 대한민국이 포용적 정치제도를 택했으며, 그 결과 오늘날 북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부유한 국가이자 세계 유수의 강국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 스스로의 성취와 현재의 모습에 대하여 자부심을 갖게 만들지 않을 수 없는 긍정적 효과를 갖지만, 동시에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충분히 부유하며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대답은 다를 것이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아니오\' 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충분히 부유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 굳이 우리 국가의 GDP 순위와 해마다 유수의 언론사가 전재하는 \'행복한 국가\' 순위 이야기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 국민들 중에 "나는 지금 행복하며, 충분히 부유하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부정적 답변에 대한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우리가 "아직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식민과 광복, 전쟁과 분단, 휴전의 세월을 거치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어냈고, 민주주의를 성취하였으며, 세계적인 문화 강국이라는 평가까지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에 대해 우리의 마음은 흡족해 하지 않는 듯하다. 그것은 우리가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저 꼭대기의 세상을 향해 여전히 전진하고 있으며, 그러한 우월함을 성취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지금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아직 불안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안한 것은 지금껏 이룩해 낸 성취가 앞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영원히 변치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번영과 영광은 언제 어느 때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찰나의 순간에 불과할 뿐 이라는 생각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까닭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불행하고 불안하여 우울한 한국인\'의 모습이다.

이와 같은 태도와 정향성은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 먼저 끊임없이 위를 추구하는 향상적 태도는 우리의 발전과 진보를 촉진할 것이지만, 동시에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우월적 지위 경험의 결핍은 우리 스스로의 능력과 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우리 속담에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많이) 먹는다"라는 표현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늘 하던 사람이 더 잘한다는 말이다. 이 원칙은 우리의 현재 모습, 그리고 국제관계와 국제정치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대장도 해 본 놈이 잘 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단 한 번도 대장을 해보지 못한 대한민국으로서는 세계의 대장은 고사하고 동북아의 대장 자리를 꿈꾸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의 근원이 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4대 강국인 미·중·일·러와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는 명백히 약소국이며, 그것이 군사적인 것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혹은 다른 무엇이든 역사 속에서 그들 4대강국이 경험해 보았던 세계 일등적 지위를 단 한 번도 누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 \'미국 쇠퇴론\'이 등장했을 때 조지프 나이(Joseph S. Nye)는 \'강제나 보상이 아닌 설득과 매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인 소프트파워 개념을 내세우면서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고 있지만 이는 상대적일 뿐이고, 하드파워 외에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여전히 강력하다."라고 주장하였다. 카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을 역임하였으며 전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국제정치학자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는 1998년 발간한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 The Grand Chessboard: American Primacy and Its Geostrategic Imperatives 에서 미국의 세계 일등적 지위(global supremacy)를 강조하면서, 그러한 세계 일등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군사적인 것이 아닌 비군사적 요소들, 즉 \'정치적 생동성, 이데올로기적 유연성, 경제적 역동성, 문화적 호소력\' 등의 네 가지 요소를 제시하였다. 나이의 소프트파워가 보다 구체화된 모습이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들 국가가 그 자리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며, 그런 까닭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었고, 다른 많은 국가들의 미래적 지향점의 좌표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좌표에 도달하는 것은 한 번도 그 자리에 가보지 못한 국가들보다는 단 한번이라도 그러한 경험을 해본 국가들에게 더 유리할 것이다.

브레진스키는 같은 책에서 유라시아 대륙이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세계 일등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교두보를 반드시 유지하여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 바로 북방이다. 그리고 이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 국가만이 아니다. 일본(자유와 번영의 호 2007), 러시아(신동방정책 2012), 중국(일대일로 2013), 인도(Act East Policy 2014), 몽골(초원의 길 2016)… 모두가 표현은 다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장악을 꿈꾼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자리에 도달할 것인가? 철의 실크로드(김대중), 3대 신실크로드(이명박),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박근혜), 신북방정책(문재인)… 우리가 지금껏 도출한 여러 답안들이며, 이는 지정학적(geo-political) 약세와 갈등을 지경학적(geo-economic) 협력의 모색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발현이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에서 경험했던 억눌림으로 인하여, 그리고 세계체계 속에서의 제약성으로 인하여, 수동성, 피동성, 패배주의에 젖어 있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영향으로부터 오롯이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물론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산 휴대전화가 세계 1등을 차지하고, BTS와 기생충이 전 세계인의 환호를 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국가 자체가 1등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거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는 오늘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자리, 즉 세계 일등적 지위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 꿈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서구적 문명의 표준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표준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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