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북·러 밀착, 북·중·러 구도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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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등록일 :
2023-09-20 13: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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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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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북러 밀착을 둘러싸고 귀추가 주목된다.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푸틴 대통령이 초청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고전하면서 고갈된 탄약과 포탄을 북한으로부터 무기 공급을 받으려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7월 27일 소위 북한의 '전승절'에 쇼이구 국방장관을 축하 사절로 파견해 무기 거래를 타진한 바 있다.
북한 역시 이러한 러시아의 구애를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 중국·러시아 등 전통적 동맹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대미 연합전선 결성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 특히 북한은 유엔의 북핵·미사일 제재무력화의 최대 버팀목인 중·러 사이에서 중간자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북·중·러 구도를 강화해 핵·미사일 보유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러시아로부터는 에너지나 식량·군사 기술을 얻어내고, 이를 경계하는 중국의 원조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찬성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도 국제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오히려 무기 공급을 대가로 대북 제재 해제나 완화를 거론하고 있어 문제다.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과 안보리 제재 주체인 러시아의 밀착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저지 수단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또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우려하면서 한·러 관계 파탄까지 언급한 러시아의 이중적 행보는 한국에 대한 외교적 협박이기도 하다.
애초부터 중·러의 비호하에 유엔의 제재 결의를 무시하는 북한은 오히려 이번 대표단에 군부 실세까지 포함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일주일 전 북·러 정상 간 무기 거래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 그 후과를 강력하게 경고했지만 북·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북·러가 무기 거래에 나서면 안보리 제재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서방이 독자적인 대북·대러 제재로 추가 압박을 가할 수 있음에도 국제 사회의 비판을 정면으로 비웃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한국·미국·일본이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결속이 강화된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서방에 대항하는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여기에 중국이 가세하면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대립 구도가 구축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물론 한국·미국·일본을 겨냥한 북한의 안보 위협이 증대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와 세계 긴장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은 불문가지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태도다.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확고히 하려는 한·미·일 공조 강화의 대척점에서 북·중·러 연대를 통해 신냉전 구도를 고착화하려는 것은 북한의 희망 사항이기도 하다. 오히려 삼각공조의 안정성이 군사협력을 추구하는 북·러와 이를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 차를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9.9절 중국축하사절단 대표 단장이 북한에 대한 식량, 의료지원 등 민생 지원을 강조한 것은 북·러 간 군사협력과는 일정한 선을 그은 것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이 최근 '핵 전술 공격 잠수함'을 진수시켜, 핵전력 투발의 다양성을 꾀하고, 정찰 위성 발사 등 군사력 증강에 매진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최근 김정은이 해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병종을 가리지 않는 핵전력의 완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나서서 북·중·러 연대를 강화시킨다는 인상을 줄 이유가 없다. 중국이 북러 밀착을 반대할 적절한 명분도 없지만, 미국과의 안정적인 관계 관리가 이로 인해 손상을 입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시점에서 군사적 협력을 꺼리는 중국보다는 일단 러시아를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핵잠수함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및 위성 기술 등 첨단 무기 관련 기술을 얻으려 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이런 군사기술은 중·러 양국도 비밀리에 경쟁하고 있으며 서로 기술 교류를 꺼리는 분야로 기술 이전이 사실상 어렵다.
한·미 동맹 강화나 한·미·일 협력이 없다고 북·중·러가 연대하지 않는다는 어떤 보장도 없다. 오히려 이러한 시도가 북·중·러 연대의 빈틈을 공략할 수 있도록 전략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글=강준영 한국외대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