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유례없는 對러 제재 상황, 韓 에너지 교역 유연성 발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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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등록일 :
2023-03-29 10:13:12
조회수 :
2,8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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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의 \'G 제로\' 시대, 세계시장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3〉
영남일보-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 기획
◆러시아, 새로운 성장 기회
러시아 시장은 문화와 제도적 이질성, 언어 장벽 등의 이유로 현지 진출이 쉽지 않다.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어려운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계속되고 있는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등 예상치 못했던 외부 충격과 러시아의 불안정한 환율 등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지리적으로 가까운 극동지방보다 경제의 중심이자 인구가 많은 서부 러시아 지역으로 수출이 집중돼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높은 물류비용 때문에 유럽 및 중국 기업들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면이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미, 유럽, 중국 그리고 동남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러시아 시장은 포화상태인 국내시장과 경쟁이 치열한 해외의 주요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과 성장 기회를 찾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진출하는 신흥시장이기도 했다.
팬데믹 이은 우크라 전쟁 발발
韓-러 경제 교류 급격한 변화
양국 협력 성과 기대에 못미쳐
생필품 등은 수출입 무역 가능
◆러시아 수출 급감의 원인은
그러나 무역과 투자는 1990년대 수교 초기 매우 높았던 양국의 기대와 양국이 가진 경제협력 잠재력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 기업이 러시아 진출을 늘리는 시점이었던 2014년에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사태로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시작됐다. 동시에 유가가 폭락하면서 무역량이 급감했다.
이후 양국이 기대가 컸던 에너지 분야 협력과 투자 계획도 타격을 받았다. 한·러 간의 교역이 회복되는 시점인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고, 이후 다시 교역이 회복세를 보였던 2022년 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러시아 수출이 다시 감소했다. 이처럼 정치적 사건과 금융위기 등 반복되는 예측 불가능한 외부 요인 등의 어려움 때문에 양국의 경제교류는 수차례 영향을 받았다.
무역량의 급격한 변화는 제재의 영향도 있지만 러시아 경제가 에너지 자원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탓에 유가의 영향을 받은 이유도 있다. 하지만 2022년부터 내려진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제재는 유례없이 강력해 높은 유가에도 불구하고 대러시아 수출이 급감했다.
에너지 가격↑, 수입은 증가
작년 14년 만에 첫 무역적자
제재 위반하지 않는 한도 내
韓 경제 상황 고려 대처 필요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대러시아 경제제재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제제재는 러시아의 금융, 군사, 에너지 부분에 집중해 이루어졌다. 크림반도 관련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는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일정 부분 손실을 봤다.
핀란드 중앙은행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가 제재에 따른 결과로 2014~2018년 연간 0.2~0.7% 정도 GDP(국내총생산)가 감소했다. 다만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핵심 산업인 석유 가스의 생산과 수출이 꾸준히 늘면서 크림반도 관련 대러시아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쳤다.
반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제재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관련 제재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해 러시아 경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러시아 경제 제재는 시간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으며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의 생산과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례없이 강력한 대러시아 경제제재 때문에 러시아는 경제 체질을 일정 정도 바꿔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러시아 시장의 중요성
이러한 제약과 어려움에도 러시아는 아직 한국의 2022년 21위의 수출 대상국이고, 대한국시장 13위의 수출국이다. 대폭 강화된 제재 등의 이유로 수출량이 크게 감소했지만, 대러시아 수출액은 유럽 핵심 국가의 하나인 영국과 비슷하며, 또 다른 유럽의 주력 시장인 프랑스·이탈리아보다 많다. 중동 대표적인 시장 중 하나이며,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국보다 많은 수준이다.
2022년 한국은 14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적자 폭이 472억달러로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자원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자원 수입액이 급격히 증가, 수입이 대폭 늘어난 것이 큰 폭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국가별 수입액 순위를 살펴보면 1위부터 3위에는 중국, 미국,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이 자원을 많이 수입하는 호주와 사우디가 각각 4위와 5위이다. 그리고 9위부터 14위에 해당하는 카타르,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국, 말레이시아, 러시아, 쿠웨이트는 석유, 가스, 석탄을 많이 수입하는 한국의 핵심 에너지 자원 협력국이다. 한국은 에너지 자원 수급의 해외 의존도가 매년 95% 안팎을 넘나들 정도로 매우 높아서 이들 국가와의 경제협력은 경제 안보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대러 제재 피한 천연가스
제재로 인한 무역 장벽이 커졌고 많은 품목이 수출 금지 대상이기 때문에 대러시아 수출에 타격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당분간 제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재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생활용품 등 많은 품목은 상호 무역이 가능하며, 수출입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제재를 실행하는 각국은 자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서 제재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 EU의 경우 에너지 자원 중 가장 대체가 쉬운 러시아 석탄을 2022년 8월에 제일 먼저 금수조치했고, 이후 12월5일부터 원유의 부분 금수조치를 시행했다. 올해 2월부터는 석유 제품의 수입을 차례로 금지했다. 하지만 대체가 어려운 천연가스는 금수조치에 포함하지 않았다.
성진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HK 연구교수 |
◆지난해 러시아의 대유럽 LNG 수출 사상 최대 기록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의 수입이 줄어들었지만, 이는 EU의 금수조치의 결과가 아니다. 러시아와 유럽 각국이 다양한 이유로 자체적으로 수출입을 중지한 결과이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대유럽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러시아는 유럽시장에서 2위의 LNG 수출국이다.
중국과 인도, 터키 등 제재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 수입을 급격하게 늘렸다. 제재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UAE 등 중동 국가들도 러시아와의 교류를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경제적으로는 자국의 이익에 따라서 행동하고 있다. 한국도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만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대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성진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 HK연구교수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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