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글로벌 식량 시스템 재편 속 한국의 생존 방안은?…곡물 수입원 다변화와 외교협상 통한 한국기업 지원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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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등록일 :
2022-10-03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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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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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량 시스템 재편 속 한국의 생존 방안은?…곡물 수입원 다변화와 외교협상 통한 한국기업 지원 급선무
창간 77주년 영남일보-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기획
[한국의 경제 안보를 진단한다] (4)유례없는 식량위기 직면한 한국
6월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남부지역의 광활한 평야에서 밀이 자라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토지를 이용해 밀과 옥수수를 생산하는 세계 5대 곡창이다. 러시아 침공 이후 흑해 연안 수출항 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지난해 재배된 밀과 옥수수의 재고분과 올해 생산분은 육로를 통해 수출해야 할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
영남일보는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과 함께 여섯 차례에 걸쳐 현재의 경제안보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경제안보를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외부의 유무형 경제적 충격에 대한 선제적 방어라고 정의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HK+국가전략사업단 김도훈 연구교수. ◆유례없는 식량안보 불안 2021년 미국, 캐나다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이 폭염 등 이상 기후로 농작물의 수확에 어려움을 겪으며, 상승하기 시작한 세계 곡물 가격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각국의 식량안보 불안 증대와 맞물려 유례없는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기업과 민영기업들은 스미스필드(Smithfield, 미국), 니데라(Nidera, 네덜란드), 콤포(Compo, 독일) 등 세계 각국의 농업, 식품 가공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했으며, 2016년에는 세계 최대 농화학 기업이자 3위 종자 기업인 신젠타(Syngenta, 스위스)를 인수했다. 중량그룹(COFCO), 신젠타그룹, 베이다황그룹, 뉴호프그룹 등 중국의 농업 기업들은 농약, 종자, 비료, 농산물 무역, 가공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 지배력 약화 2022년 현재, 세계 종자 및 농화학 산업은 대대적인 인수·합병과 재분할 과정을 거쳐 미국, 유럽, 중국의 3강 체재로 재편됐다. 인도는 2012년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 자리를 탈환한 이후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며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세계 2위 밀 생산국으로서도 세계 식량 무역 체계에 재편입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해외직접투자와 개발 원조 등을 기반으로 꾸준히 대두 생산을 늘려온 브라질 역시 2017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대두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202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옥수수를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그 결과 오랜 기간 밀, 옥수수, 대두 등 주요 품목의 최대 수출국으로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발휘했던 미국은 그 지위를 러시아, 브라질 등 국가에 양보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국제정치적 요인들을 계기로 한층 더 심화되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은 2018년 이후 상호 간의 농업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2년 6월 개최된 제12차 브릭스 농업장관회의에서는 \'제12차 브릭스 농업장관 공동선언\'과 \'브릭스 식량안보 협력 전략\'을 채택하고 회원국과 세계의 식량안보를 위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여느 외교정책과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나 정치, 군사적 동맹 관계를 통해서만 해결하고자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유연한 접근법이 요구되는 것이다. ◆식량안보, 정치·이념 대립과 분리해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국가들이 글로벌 식량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으며, 이들 국가와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일례로 유럽연합은 2019년 이래로 중국의 대만, 신장(新疆), 인권문제, 대러시아 제재 등의 이슈로 정치적 대립을 지속했지만, 식량안보와 관련해서는 지난 7월 19일 EU-중국 고위급회담에서 비료 수출 확대를 골자로 하는 공동대응에 합의하는 등 글로벌 거버넌스 측면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역시 2022년 7월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유엔과의 4자협상으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한 곡물 운송 조정센터 설립에 합의했다. 이처럼 식량안보는 한 국가와 국민들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만큼 국제정치적 갈등이나 이념적 대립과 분리하여 추진돼야 하며, 한국의 식량안보 전략 역시 같은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외교 협상 통한 한국 기업 지원 급선무 따라서 한국 정부는 먼저, 해외농업투자 대상국과의 외교적 협력을 통해 기 추진된 해외개발 및 국가조달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러시아, 브라질, 우크라이나, 중국 등은 \'해외식량기지\' 대상국으로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있는 국가들이다. 롯데상사, 포스코 인터내셔널 등 여러 기업이 현지에서 곡물의 생산, 저장, 유통 등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해당 국가들의 수출제한 정책은 현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국내 반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 간의 외교적 협상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수출제한의 예외 적용, 위기 시 우선수출국 지정, 곡물 스와핑 협정 체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식량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해야한다. 둘째, 밀, 옥수수, 대두 등 주요 식량 수입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다변화에는 식량 자원을 수입하는 국가의 다변화 뿐만 아니라, 농산물들을 저장, 유통, 무역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다변화도 포함된다. ◆한국 식량 수입, 소수 국가에 집중 아울러 현재 한국의 식량 수입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소수의 국가에 집중돼 있는 기형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수입 곡물의 조달 역시 80% 가량을 ADM, 카길 등 소수의 미국 및 유럽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글로벌 식량 시스템보다 한층 더 통합된 가치 사슬 침투를 통해 신젠타, COFCO와 같은 농업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곡물 수입원을 다양화하고, 외교적인 협력을 모색하는 유연한 식량안보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출처 : 영남일보(http://m.yeongnam.com/view.php?key=202210030100002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