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대한민국 외교 60년 : "통일야망, 잠시 선반위 올려둘때… 안정된 분단관리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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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등록일 :
2022-10-27 15:36:00
조회수 :
4,1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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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외교 60년] "통일야망, 잠시 선반위 올려둘때… 안정된 분단관리가 중요"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 기조연설
별개 국가로 정상관계 전환 강조
北 지원도 공적개발원조 따라야
대한민국 외교 60년, 남방과 북방의 연결
송민순(사진)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이제 우리는 남북 관계를 보통국가 간의 정상적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통일\'은 잠시 (책상이 아닌) 선반 위에 올려두고, \'안정된\' 분단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맹 차원의 한미 협의를 제외하고 타국에 국제관례나 국제규범 이상의 대북 정책협의를 요청하지 않을 것과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할 것 등을 전제조건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은 이날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관 조명덕홀에서 HK+(인문한국플러스)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 HK+국가전략사업단, 중남미연구소 HK+사업단 공동주최로 열린 제3차 HK(+) 연합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합학술대회는 \'초국적 협력과 소통을 위한 대한민국 외교 60년, 남방과 북방의 연결\'을 주제로 3개 세션, 8개 패널에서 총 24개의 논문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송 전 장관은 "우리나라는 국가발전에도 불구하고 밑바닥에는 늘 \'북한\'이라는 심리적 취약상태가 도사리고 있다"며 "우리는 \'통일\'을 \'국가의 야망\'으로 내세우고, 또 통일한국을 민족이 회복해야 할 \'국가 정체성\'으로 간주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시 해왔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는 \'통일\'이라는 목표는 있지만 도달할 수단이 없다"며 "분단 7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남북은 서로 다른 체제를 굳혀왔고, 미국과 중국의 신 냉전 구도가 먼 장래까지 이어갈 태세다. 냉정한 시각으로 이제 우리는 \'통일\'이라는 국가 야망을 일단 선반 위에 올려둘 때가 됐다"고 화두를 던졌다.
송 전 장관은 통일보다 안정된 분단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통일은 동독을 받치고 있던 소련의 붕괴로 가능했으나 북한을 받치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을 할 정도로 건재하고, 핵보유국이 된 북한이 흡수통일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이유를 들었다. 송 전 장관은 "남과 북이 서로를 흡수통일의 대상으로 간주하면 대립과 갈등만 증폭된다"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에도 한국을 다룰 약점이 된다"고 지적했다.
송 전 장관은 "북한과는 좋은 담장을 사이에 둔 좋은 이웃이 돼야 한다"며 "각자 나름의 방식에 따라 별개의 국가로 살면서, 언젠가 한반도 안팎의 사정이 허락하면 그때 가서 \'통일\'을 선반에서 내릴 가능성을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남과 북이 정상적 국가 관계를 형성한다면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줄고, 이성적 행동 양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송 전 장관의 생각이다. 송 전 장관은 서해상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과 탈북 어민 강제송환 등의 논란을 예로 들었다. 지금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쟁점은 만약 남과 북이 정상적인 국가 관계에 있다면 사건 당시에 해난구조나 난민처리에 관한 해당 국제협약에 따라 사무적으로 처리돼 정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규범이 적용되는 안정적 관계가 생성돼야 이산가족 같은 문제도 지금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고, 같은 방식으로 남북 주민 사이의 만남도 가능해진다고 송 전 장관은 설명했다.
송 전 장관은 남북이 보통국가 관계로 가는 길을 3단계로 설계했다. 첫번째는 헌법 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를 상징적으로 유지하면서 헌법 4조(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를 발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북한 핵 문제를 지역 안보 협의 차원에서 다루고, 북한에 대한 원조나 개발지원도 남북 특수 관계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범에 따라 이행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핵을 가진 북한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안보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은 구체적으로 "지역 안보 차원에서 6자 회담과 같은 핵 협상을 전개하고, 북핵 대응에 필요한 시점까지 미국의 확장 억지장치와 3축 체계 같은 한국 자체의 방어 역량을 견지해야 한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핵 연료주기(NFC)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dt.co.kr
별개 국가로 정상관계 전환 강조
北 지원도 공적개발원조 따라야
27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에서 \'HK+(인문한국플러스) 연합학술대회, 초국적 협력과 소통을 위한 대한민국 외교 60년 : 남방과 북방의 연결\' 단장단 라운드 테이블 행사 후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수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장, 강준영 한국외대 HK+국가전략사업단장, 장정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 신정환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장. 박동욱기자 fufus@ |
대한민국 외교 60년, 남방과 북방의 연결
송민순(사진)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이제 우리는 남북 관계를 보통국가 간의 정상적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통일\'은 잠시 (책상이 아닌) 선반 위에 올려두고, \'안정된\' 분단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맹 차원의 한미 협의를 제외하고 타국에 국제관례나 국제규범 이상의 대북 정책협의를 요청하지 않을 것과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할 것 등을 전제조건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은 이날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관 조명덕홀에서 HK+(인문한국플러스)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 HK+국가전략사업단, 중남미연구소 HK+사업단 공동주최로 열린 제3차 HK(+) 연합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합학술대회는 \'초국적 협력과 소통을 위한 대한민국 외교 60년, 남방과 북방의 연결\'을 주제로 3개 세션, 8개 패널에서 총 24개의 논문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27일 한국외국대학교에서 열린 \'HK+(인문한국플러스) 연합학술대회, 초국적 협력과 소통을 위한 대한민국 외교 60년 : 남방과 북방의 연결\'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
송 전 장관은 "우리나라는 국가발전에도 불구하고 밑바닥에는 늘 \'북한\'이라는 심리적 취약상태가 도사리고 있다"며 "우리는 \'통일\'을 \'국가의 야망\'으로 내세우고, 또 통일한국을 민족이 회복해야 할 \'국가 정체성\'으로 간주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시 해왔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는 \'통일\'이라는 목표는 있지만 도달할 수단이 없다"며 "분단 7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남북은 서로 다른 체제를 굳혀왔고, 미국과 중국의 신 냉전 구도가 먼 장래까지 이어갈 태세다. 냉정한 시각으로 이제 우리는 \'통일\'이라는 국가 야망을 일단 선반 위에 올려둘 때가 됐다"고 화두를 던졌다.
송 전 장관은 통일보다 안정된 분단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통일은 동독을 받치고 있던 소련의 붕괴로 가능했으나 북한을 받치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을 할 정도로 건재하고, 핵보유국이 된 북한이 흡수통일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이유를 들었다. 송 전 장관은 "남과 북이 서로를 흡수통일의 대상으로 간주하면 대립과 갈등만 증폭된다"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에도 한국을 다룰 약점이 된다"고 지적했다.
송 전 장관은 "북한과는 좋은 담장을 사이에 둔 좋은 이웃이 돼야 한다"며 "각자 나름의 방식에 따라 별개의 국가로 살면서, 언젠가 한반도 안팎의 사정이 허락하면 그때 가서 \'통일\'을 선반에서 내릴 가능성을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남과 북이 정상적 국가 관계를 형성한다면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줄고, 이성적 행동 양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송 전 장관의 생각이다. 송 전 장관은 서해상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과 탈북 어민 강제송환 등의 논란을 예로 들었다. 지금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쟁점은 만약 남과 북이 정상적인 국가 관계에 있다면 사건 당시에 해난구조나 난민처리에 관한 해당 국제협약에 따라 사무적으로 처리돼 정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규범이 적용되는 안정적 관계가 생성돼야 이산가족 같은 문제도 지금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고, 같은 방식으로 남북 주민 사이의 만남도 가능해진다고 송 전 장관은 설명했다.
송 전 장관은 남북이 보통국가 관계로 가는 길을 3단계로 설계했다. 첫번째는 헌법 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를 상징적으로 유지하면서 헌법 4조(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를 발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북한 핵 문제를 지역 안보 협의 차원에서 다루고, 북한에 대한 원조나 개발지원도 남북 특수 관계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범에 따라 이행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핵을 가진 북한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안보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은 구체적으로 "지역 안보 차원에서 6자 회담과 같은 핵 협상을 전개하고, 북핵 대응에 필요한 시점까지 미국의 확장 억지장치와 3축 체계 같은 한국 자체의 방어 역량을 견지해야 한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핵 연료주기(NFC)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dt.co.kr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7일 한국외국대학교에서 열린 \'HK+(인문한국플러스) 연합학술대회, 초국적 협력과 소통을 위한 대한민국 외교 60년 : 남방과 북방의 연결\'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